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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사와무라 이치 : 예언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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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  |  예언의 섬

 

 

예언과 저주

 

흠잡을 데 없던 친구가 좋지 않은 곳에 취업해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자살 시도까지 이어진 후, 무슨 영문인지 아들을 찾아온 아버지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를 맞이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준과 소사쿠, 하루오는 위로 여행을 기획한다. 어릴 적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의 방송을 즐겨봤던 셋은 그녀의 생애 마지막과 마지막에 남긴 예언과 관련된 섬으로 떠난다.

 

내 목숨이 끊어지고 20년 후, 저 너머의 섬에서 참극이 일어나리라.

원형의 복수인가 저주인가 재앙인가, 구원은 눈물의 비에 가로막히리라.

바다의 밑바닥에서 뻗어 나오는 손, 살아 있는 피를 마시는 길고 새카만 벌레.

산을 기어 내려오는 죽음의 손, 그림자가 있는 피에 물든 칼날.

다음 날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여섯 영혼이 명부로 떨어지로라.

 

소설은 셋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진행되고, 호러소설답게 불안한 요소를 하나씩 던진다. 섬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외부인은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고, 대부분이 노인분들이었다. 섬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이 있었고, 그것은 원령, 금기, 저주와 연결되어 섬사람들의 일상에도 스며들어있었다. 하지만 글을 읽는 과정에서 툭툭 끊어지는 지점이 발생한다. 맥락을 뛰어넘는 반응이랄까.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인지, 누가 말하는 것인지, 그 사람이 말한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가서 읽곤 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도 그렇다. 

 

'여섯 영혼이 명부에 떨어지로라'라는 유코의 예언에 따라 사람들이 죽고 이야기는 달려 나간다. 이야기는 끊기는 지점이 간혹 있어도 시원하게 읽혀 금방금방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호러틱한 분위기보다는 미적지근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이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유코의 예언을 기준으로 다양한 인물의 티키타카와 계속해서 밝혀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소설을 지탱하고 계속 읽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 과정을 마냥 재밌거나 흥미롭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프롤로그, 경고, 금기, 참극, 원령, 속박까지 이어져 속박의 마지막과 에필로그를 통해 소설 내내 숨겨온 비밀을 드러낸다. 읽으며 느꼈던 기시감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흐으으으으으음. 그렇구나.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이미 중반부터 김이 샌 나로서는 비밀을 깨닫고, '아하' 정도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툭툭 끊겼던 느낌과 이해할 수 없는 언행과 감정의 흐름이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꼈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그들에게 이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들과 같이 무섭지 않았고, 설레지 않았고, 소설의 구조적 비밀로 인한 서술적 변화구와 별개로 다른 여러 등장인물들 또한 이해가 안 가는 행동들이 있었다. 설명이 부족한 건지 문화차인지는 모르겠다. 과정이 설득력이 있었나는 모르겠지만 작품은 예언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는 '말',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하고 지독하게 벗어나고픈 '말'의 영향력을 생각하게 한다. 심심한데 적당한 호러 기반의 미스터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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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언의 섬

저자 : 사와무라 이치

출판사 : (주)북이십일 아르테

장르 : 소설

총 페이지 : 393

 

 

2023. 3. 22 ~ 3. 23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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