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HIBITION

EXHIBITION | 제주비엔날레 :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 - fin

반응형

 

제주비엔날레 :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

 

 

 

마지막 일정

 

'미술관옆집 제주'는 제주현대미술관 옆에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였을까. 제주현대미술관은 나의 제주비엔날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제주도립미술관 - 가파도 AiR - 삼성혈 - 제주국제평화센터 - 미술관옆집 제주, 그리고 마지막 제주현대미술관. 처음이라 입구를 못 찾고 헤매었고 비행기시간이 다가와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보지는 못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나마 의식의 흐름대로 느긋하게 작품을 다시 생각하며 제주 일정을 마감 짓고자 한다.

 

 

앤디 휴즈 작가의 <플라스틱 엄폐, 해 구멍, 달, 폴리에틸렌테페르탈염산, 달 부표>

 

 

영국의 앤디 휴즈 작가는 플라스틱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는 영상을 만들었다. '플라스틱을 통해'라고 할까, '플라스틱 너머'라고 할까. 플라스틱 조각과 그 너머 바다와 하늘과 해를 담은 4개의 영상이 반복된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햇빛을 품으며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생각보다 강렬하다. 가파도 AiR 작가로도 참여하며 해변에서 발견한 플라스틱병을 원형의 폴리카보네이트 프린트로 만든 작업도 있다고 한다. 가파도까지 가서 이걸 못 봤다니...!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영상의 초점은 하늘과 바다가 아닌 플라스틱에 맞춰져 있다. 작가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인간이 발생시킨 오염과 쓰레기 또한 자연과 생명망의 일부로 생각하며 쓰레기도 뒤덮인 지구에서 쓰레기도 생명력을 가진 생물로 간주한다. 꽤나 독특한 생각이다. 안저를 촬영한 것과 같은 이미지는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구나. 우리의 오염도 지구의 일부다. 이미 맹장은 터진 지는 한참 된 거 같은데, 암세포가 퍼지고 있는 걸까. 다음은 어디일까.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 작가의 사진들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 작가는 바다, 동굴, 나무뿌리 등 제주의 자연 풍경을 담은 14장의 사진을 선보였다. 이름이 독특한데 어린 시절 독일로 입양되었으며 봉길이라는 한국 이름과 그로세라는 독일 이름을 동시에 가진 디아스포라 작가라고 한다. 작가는 제주도에서 몇 달간 지내며 제주를 공부하고 바다, 동굴, 나무뿌리 등 제주의 자연풍경을 담았다. 어둡고, 음산하고, 어딘가 초현실적이면서 불안감을 불어 일으키는 무서운 모습의 제주다. 분명히 존재할 이면의 제주가 거기에 있었다. 

 

 

엘리자베스 앙 & 레나 부이 작가의, <정령들>
김기대 작가의 <바실리카> 설치 사진과 일부 모듈, 제주에 내려와 텃밭을 가꿨던 경험에 대한 소회

 

 

제주에 내려와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내려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원주택에 텃밭을 가꾸며 평화롭게 사는 그런 생각. 근데 쪼그마한 밭 하나 가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미술관옆집 제주의 텃밭을 가꾸기 위해 퇴비를 만들었던 과정을 듣고 김기대 작가님의 소회를 읽으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제주에 내려와 살든 말든, 그런 생각을 했던 안 했던 제주에 대한 에피소드가 늘어날수록 제주를 감각하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의 사진들 중 아래 3장은 김기대 작가의 <바실리카>로 제주 바다와 매립장의 부표, 밧줄 등 폐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원래의 물성과 기능을 유용하게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신다고 한다. 위의 한 장의 사진은 레나 부이 작가와 엘리자베스 앙 작가의 <정령들>이라는 영상 작업으로 번역문의 일부를 함께 적어본다.

 

 

전생에 우리는 물이었다. 깊고, 넓고, 끝없이 흘러가는 우리는 갓 태어난 바다의 짠 눈물에 몸을 담그고 제일 높은 계곡 사이로 거닐며, 가장 가파른 절벽에서 흘러내렸다. 인간이 정착하기 전, 초가집과 콘크리트 건물 전, 킹메이커와 기수들 전, 노인의 껍데기에서 새로운 세계를 안내하며 용의 이빨들 사이로 배회했다. 이 섬들을 떠돌고, 고달프고, 도둑질하고 정글이 끝이 없을 때 우리는 호랑이었다. (후략)

 

 

윤석남 작가의 <김만덕의 삼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와 황수연 작가의 <큰머리 파도>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 제주현대미술관을 급하게 나왔다. 바깥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쓱 보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포스팅을 하며 돌아보니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아쉽게도 놓친 작품도 있었다. 좋은 작품과 생각을 만나고 돌아왔다. 몇몇 놓친 작품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돌아다닌 후 전시를 돌아보니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작가-작품에 누가 되는 포스팅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포스팅을 하기 위해 제주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와 뉴스 기사, 다른 분들의 블로그 등을 참고하되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중심으로 글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작가와 작품을 통해 받은 영감을 개인 작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공부이다. 그것을 공개적으로 포스팅을 함으로써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간접적이지만 흥미로운 작품을 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단초가 되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

.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