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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조예은 : 칵테일, 러브,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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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  칵테일, 러브, 좀비

 

 

 

감상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는 2020년 4월에 발매한 안전가옥 쇼트의 두 번째 단편 소설이다. 안전가옥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독특해서 검색해 보니 노션으로 구성된 홈페이지로 다양한 콘텐츠가 정리되어 있었다. 발매한 책과 장르 문학에 대해 정리한 글들 다양한 정보가 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으니 관심 있다면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s://safehouse.kr

 

<칵테일, 러브, 좀비>는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까지 4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대 배경으로 꽤나 가까운 거리감을 갖는 동시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비틀린 이야기들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고 새롭게 다가오게 한다. 

 

'초대'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환경 속에서 누적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상처를 품은 주인공이 어떤 경계를 넘게 되는 이야기다. 어떤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하다가, 평생 긁지 못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연결된 상태에서 주인공은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습자의 사랑'에서는 물귀신과 숲귀신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아득한 시간적 경험을 압축적으로 느끼며 자연스레 이입하면 우리가 모르는 공간에서 피어난 세상 따윈 상관없는 사랑을 느끼고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이 단편소설의 제목이자 세 번째 소설의 제목이다. 가부장제 속 따라와 엄마의 이야기로 좀비에서 무속까지 다양한 소재가 오가는 블랙코미디이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타임리프의 형식을 갖는 한 가족의 묵직하고 슬픈 운명의 이야기이다. 비극에 끝에서 벗어나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비극은 마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어느 순간부터 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었고, 머리를 바꾸었다. 내 삶의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다.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p16~17, <초대>

 

아버지는 굳이 사과가 아니어도 언젠가 무슨 핑계로든 어머니를 찔렀을 것이다. 나 역시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 아버지를 죽였을 것이다. 동기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날이 오늘이었던 것뿐. 질긴 문어 초밥을 꼭꼭 씹어 삼키자 모든 미련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칼을 들어 내 목을 찔렀다.

 

p11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하루하루의 일상이 쌓이고 누군가는 뒤틀린다. 뒤틀린 사람은 주변에 상처를 남긴다. 상처들은 또 다른 사람의 일상이 되어 다시 누군가를 뒤틀며, 어떤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다. 변화의 폭이 큰 사건을 거쳤다고 해도, 그래도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일상의 폭력은 어디에나 있고, 분명한 실체를 갖고 고통을 남긴다. 나의 일상은 어떤 흠집으로 둘러싸여 있을까, 또 주변에 어떤 흠집을 남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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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칵테일, 러브, 좀비

저자 : 조예은

출판사 : 안전가옥

장르 : 소설

총 페이지 : 165

 

 

2023. 3. 2 ~ 3. 5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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