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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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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배경

 

일본 전국시대, 여덟 명의 패주무사들이 황금을 싣고 한 마을로 몸을 숨긴다. 환영받았던 무사들은 맘을 놓고 마을 속에 정착하는 과정에 패주무사에 걸린 현상금과 그들이 가져온 황금에 눈이 멀어 그들을 배신하고 몰살한다. 젊은 대장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일곱 번 환생하도록 이 마을에 재앙을 내리겠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패주무사의 목으로 포상금을 받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황금을 찾지 못했고 계속되는 괴이한 일에 불안해한다. 

 

팔묘촌에는 두 부자 집안이 있는데. 동쪽의 다지미 가, 서쪽의 노무라 가가 있다. 동쪽집과 서쪽집이라고 불린다. 동쪽의 다지미 쇼자에몬은 잔당습격의 주모자로 별안간 이성을 잃고 칼을 빼들어 식구들 두세 명을 베어버리고 집을 뛰쳐나가 마주치는 마을사람을 쓰러뜨리고는 자신은 산에 들어가 스스로 목을 쳐서 죽는다. 여덟 패주무사의 원념이라며 무서워했던 사람들은 가축처럼 묻어둔 그들의 시체를 다시 꺼내 정중하게 다시 매장하고 묘를 세워 신으로 우러러 모시기로 했다. 팔묘촌이라는 마을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기묘한 비극은 끝나지 않고 세월이 흘러 다이쇼 시대, 다지미 가의 주인 요조가 다시 마을 주민 32명을 참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요조는 산으로 몸을 숨겨 사라졌다. 그로부터 26년 후, 요조의 아들로 밝혀진 '나'는 다지미 가를 잇기 위해 팔묘촌으로 향하게 된다. 

 

 

옛날옛적이야기

 

이 소설은 재밌다. 즐길거리가 워낙 다양하다. 출생의 비밀과 시골에서 내려오는 저주와 미신, 동기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과 어딘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동굴 속 보물까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지만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만큼 몰입감 있게 사건에 빠져들 수 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을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편에서는 아쉽게도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는 만큼 그의 등장 자체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현재 읽어도 여전히 재밌는 이야기지만 주의할 점은 있는 듯하다. 1949년에 시작해 1950에 완결된 이야기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언행이 다수 있다. 성에 대한 역할 규정과 그에 벗어나는 인물을 볼 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는 거슬릴 정도이다. 2023년, 문씨의 영광스러운 복수가 성황리에 끝난 이 시점에 사건의 원흉이자 원점이 되었던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고구마인 것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로맨스의 궤적도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헛소리라 넘길 부분은 넘겨가며 옛날이야기를 보듯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읽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재밌고 흥미진진하지만 오싹하고 역겨운 지점이 있으며, 어쩌면 지금까지 변형되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는 그리 멀지 않았던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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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팔묘촌

저자 : 요코미조 세이시

출판사 : 시공사

장르 : 소설

총 페이지 : 526

 

 

2023. 3. 24 ~ 3. 30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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