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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요코미조 세이시 : 옥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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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  |  옥문도

 

 

봉건적인, 너무나 봉건적인

 

일본의 패전 후 1년, 세토 내해의 중간 지점에 옥문도. 감옥의 문. 구글 지도에 검색하니 세토 내해는 나오지만 옥문도는 나오지 않았다. 세토 내해는 후쿠야마시 아래, 에히메현-고치현-토쿠시마현으로 이루어진 섬 위의 바다로, 주인공 긴다이치 코스케는 전우 기토 치마타의 유언으로 인해 이곳으로 향하게 된다. 치마타의 행동은 긴다이치에게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아서 귀환선 안에서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 그의 유언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긴다이치 군, 나 대신⋯ 나 대신 옥문도에 가 주게.

 

 

옥문도는 고쿠몬도라고도 하는데 그 배경 또한 심상치 않다. 예부터 해적이 시대에 따라 세력이 달랐지만 꽤나 유명했다고 한다. 해적의 자손이라 불리는 극히 적은 수의 어부들이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기잡이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었을 에도 시대에 이르자 당시 다이묘는 섬 전체가 적송으로 뒤덮이고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외딴섬에 사형 바로 아래 단계의 죄인을 매해 이 섬에 보냈다고 한다. 해적과 유형수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섬의 유래가 나온다. 그렇게 3백 년을 통해 보내진 사람들은 해적의 자손과 함께 섬의 일부가 되었고 메이지 시대가 되어 죄인을 귀양 보내는 형벌제도는 없어졌지만 배타심이 강한 데다 환경적 조건으로 섬은 좀처럼 주변 섬과 연을 맺지 않았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곳, 이런 배경을 가진 옥문도에 와 선주로 군림하는 기토 가에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된 어딘가 심상치 않은 치마타의 세 자매들. 이윽고 하나씩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로 시작해 <팔묘촌>, <옥문도>까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총 3권을 읽게 되었다. 발매 순서는 거꾸로였지만 무엇을 먼저 읽는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 배경, 인물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충분히 해주며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 있어서 본격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되 전후 작품에 얽매일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작가의 의도가 어느 쪽에 치중되어 있는지 확언할 수 없지만 '어떻게'보다는 '어째서'를 읽는 재미가 더 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옥문도>는 애거서 크리스트의 작품 이후 많은 추리극에서 등장하는 섬을 배경으로 한다. 근대적인 인습에 얽혀있는 폐쇄적인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표현하는 작가의 글에서 으스스한 느낌이 뭉게뭉게 피어나는데, 사와무라 이치의 <예언의 섬>에서 알 수 있듯 관련 장르의 일본 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옥문도>는 읽는 과정에서 다소 난해한 지점은 역시 문화와 언어일 텐데 하이쿠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자국어로 만들어진 트릭은 시대까지 다르기에 쉽게 따라가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떻게'보다는 '어째서'에 집중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읽다가 막히는 느낌이 들지어도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인물과 감춰진 이야기들이 강한 흡입력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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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옥문도

저자 : 요코미조 세이시

출판사 : 시공사

장르 : 소설

총 페이지 : 383

 

 

2023. 3. 31. ~ 4. 3.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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