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HIBITION

EXHIBITION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 3

반응형

 

 

제14회 광주비엔날레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2023. 4. 7. - 2023. 7. 9.

 

 
 

예술공간 집 :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
 

옛 한옥의 모습을 기반으로 예술공간으로 운영되는 '예술공간 집'은 지난 10여 년간 지역 작가들과 소통하며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한옥의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의 전시장은 광주비엔날레의 회전축 중 하나로 나임 모하이멘 작가의 영상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나임 모하이멘은 69년 런던 출생으로 1947년 벵갈 분할과 1971년 파키스탄 분리라는 방글라데시의 핵심적인 탈식민 이정표에서 출발해 유토피아-디스토피아의 다양한 형태를 연구한다고 한다.

 

용어에 대한 어느 정도 감은 있으나 정의를 한번 더 찾아보고 가자면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이상향을 의미하며 디스토피아는 그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를 의미한다. 디스토피아와 함께 참고할 용어로는 아포칼립스가 있는데 종말, 대재앙을 의미하며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종말 이후의 세계를 보여준다. 디스토피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A.L.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대표적인 예시이며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좀비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정적인 형태로 발전한 사회가 아닌 재앙이 만든 문명의 종말 후의 혼란스러운 세계의 모습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도 그 예시로 볼 수 있다.

 

 

나임 모하이멘, 졸 도베 나(익사하지 않는 사람들) 영상 중 한 장면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
 

64분의 상영시간을 갖고 있는 이 영상 작품은 예술공간 집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단편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여유 있게 즐기면 작가의 흥미로운 연출법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폐건물, 정확히는 폐병원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부부는 마치 그곳이 폐병원이 아닌 것처럼 연기한다. 부부 외에는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지만 본인의 이름을 잘못말하는 병원의 접수원과 다투는 아내와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순서를 기다리며 점차 대기하기 위해 가까운 벤치로 옮겨 앉는 모습을 담은 점프컷. 폐병원이라는 배경과 한정된 인물, 인물이 보여주는 연기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노닌다. 영상을 매체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이러한 표현 방법도 있구나. 

 

아내는 병을 앓고 있다. 여러 번 병원을 오가며 미묘한 차별을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을 희망하며 폐병원을 배회한다. 양차 대전 사이의 유럽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보편적으로 고민할만한 질문은 아내의 입에서 나왔는데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텍스트에는 이러한 문장으로 질문을 정제한다. '의학적 돌봄의 끝은 어디이고, 어쨌거나 이것은 누구의 생인가?' 영상 속 주인공이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일까. 차별에 발끈하고 치료 과정에 있어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자 하는 아내가 바로 익사하지 않을 사람인가? 

 

예술공간 집에서 나오니 5시에 입장 마감인 것을 고려하면 다른 전시를 볼 시간이 되지 않아 광주 일정 중 첫날을 무각사와 예술공간 집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둘째 날은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가장 길기에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를 포함한 근처 회전축 한 곳, 파빌리온 한 곳을 다녀온 과정을 차례차례 정리하고자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