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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EXHIBITION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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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광주비엔날레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2023. 4. 7. - 2023. 7. 9.

 

 
 

국립광주박물관 : 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110(매곡동 430번지)
 

광주비엔날레 여행 2일 차. 국립광주박물관 - 광주시립미술관 -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세 곳을 보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6시까지 풀타임으로 넉넉하게 보겠다고 갔지만 꽤나 빡센 일정이긴 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4곳의 회전축(위성전시)을 갖는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네 가지 소주제로 전시의 대주제를 탐구한다고 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일시적 주권'과 관련된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며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와 관련해 발전한 방식에 주목한다. 다양한 형식으로 인간의 권리 침해를 다루는 작품으로 억압-차별과 같은 이슈를 품으며 광주 지역 역사와 밀접한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박물관 본관 앞의 소핍 핏의 조각을 시작으로 1층의 기획전시실과 로비, 박물관 2층에서 구철우, 제임스 T. 홍, 유키 키하라, 김기라, 캔디스 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후기 식민주의 : 식민주의의 비판과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실천적 행위와 경향. 

*탈식민주의 : 제국주의 시대 이후, 독립을 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제국주의의 자재를 탐색해서 그것들의 정체를 들어내고 극복하자는 문예사조.

*디아스포라 :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캔디스 린,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2023), 옹기 조각 및 혼합 매체 설치, 가변크기

 

 

가마가 온 땅을 덮을 만큼 많고, 연기가 굴뚝에서 빽빽하게 줄지어 올라오는 것이 마치 봄날의 죽순이 경쟁하며 자라는 것 같네. 여름과 가을 사이에 아지랑이와 안개가 하늘에 넘실거리는 것이 마치 층층이 쌓인 구름이 펼쳐진 것과 같으니 온 땅이 공장인 듯하네.

 

경덕진에 살고 있는 백성은 생명을 보전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수십 명이 일하는 공장 안에서 석유등잔을 쓰는데, 원나라 명나라 때 쓰던 마구철제를 갖추고 있다. 사람의 호흡과 등불의 매연이 공기 중에 가득 차고, 연기가 몽롱하니 지척도 분간할 수 없어 시력을 잃고, 폐까지 장애가 생긴다. - 향작, <경덕진도업기사>, 1920

 

 

 

 

 

도자기와 리튬 배터리, 그리고 악마

 

청나라 말기~중화민국 초기 관리를 지낸 향작이 징더전을 답사하고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경덕진도업기사>의 일부를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도자기와 노동을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살짝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 형식으로 인간의 권리 침해를 다루는 작품을 소개하며 억압과 차별을 담으려는 전시의 의도와 박물관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이 어우러지는데 그건 캔디스 린의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2023)과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캔디스 린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며 복합 매체 설치 작업을 하는데 동시대 글로벌 리튬 배터리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괴랄한 그림과 옹기, 뚝딱거리는 악마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뭘 만들고자 하는 건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체 모를 작업대. 괴랄하긴 하지만 무섭지 않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악마를 보았다. 

 

 

김기라,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2023). 오브제, 영상 설치, 가변크기.

 

 

악마가 살고있는 공장을 넘어서 전체적인 전시를 다 보고 나왔다. 전체적인 전시 공간이랄까 배치랄까 묘하게 정신 사납고 거슬려서 전시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느꼈다. 불만은 아니고 뭔가 쫌 이상한데 정도. 들어올 때 슬쩍 보고 떠나기 전에 다시 로비에서 보았던 김기라 작가의 비밀 정원은 분류와 수집, 서구중심적 태도와 습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설치뿐만 아니라 출판물로도 이어지는데 웹으로도(https://14gwangjubiennale.com/wp-content/uploads/2023/04/20230424_101203.pdf) 읽을 수 있으니 혹시 모르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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